안개비 속의 누각

From:금교Author: 2024-07-15 10:52

 ‘남조 시기 480개나 되는 사찰, 많은 누대들이 안개비 속에 싸여 있구나(南朝四百八十寺,多少樓臺煙雨中).’ 당(唐)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강남춘(江南春)>은 자욱한 안개비 속에 우뚝 서 있는 정자와 누각의 그 그윽하고 아득히 넓은 광경을 보여주며 수천 년 동안 명성을 누려왔다.

 중국 고대 건축의 다층 건축물인 누각은 대부분 목조 구조물이며 틀의 형식이 다양하다. 누(樓)와 각(閣)은 초기에는 구별이 있어 ‘겹겹이 중첩된 건물은 누라고 하고 사방에 문과 창을 내어 개방적인 건물을 각(重屋為樓,四敞為閣)’이라고 했다. 누는 지붕이 2층으로 된 집을 말한다. 각은 하부가 공중에 떠 있고 바닥이 높이 걸려 있는 건축물을 말한다. 건축군에서 각은 대부분 주요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으며 누는 대부분 늘 좁고 굴곡져 있는 부차적인 위치에 있었다. 후대에 ‘누각’이라는 두 글자가 서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엄밀하게 구분하지는 않았지만 건축군에서는 건축물의 이름을 붙일 때, 여전히 이러한 구분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누각 건축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수륙 교통로나 험준한 산등성이의 요새에 성루(城樓)를 설치하여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적의 공격을 방비 및 방어했다. 도읍에 종루(鐘樓)와 고루(鼓樓)를 설치하여 긴급한 사태를 알리거나 시각을 보고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주택군에서의 누각은 거주와 장서(藏書)에 사용되었다. 또한, 누각은 선인들의 종교관념도 반영하고 있다. 한나라 시대의 황제는 신선의 방술을 숭배하여 높고 험준한 누각을 지으면 선인을 볼 수 있다고 여겼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후, 대량으로 건축된 불탑 건축도 일종의 누각이다.

 세월이 흘러, 옛날의 누각 건축물은 역사의 세례 속에서 일부는 이미 소멸되기도 하고 일부는 여전히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 있으며 일부는 후세 사람들의 수리와 재건 하에 새롭게 태어났으며 일부는 후세에 전승되어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보라, 누각이 수천 년 동안 전해져 내려오는 시가에 쓰여 있다. ‘산 속 누각이 백척이니, 손을 뻗으면 별도 딸 수 있겠네(危樓高百尺,手可摘星辰).’ ‘작은 누각에서 밤새 봄비 오는 소리를 듣네(小樓一夜聽春雨).’ ‘달빛이 화려한 누각을 돌아서, 창에 낮게 드리워져, 잠 못드는 사람을 비추네(轉朱閣,低綺戶,照無眠)’… 누각 건축이 옛사람들의일상생활에 융합된 것은 고시사(古詩詞)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옛사람들은 누각에 오르면 흥취가 절로 일어 붓을 들고 휘호하여 천고의 명작을 남겼다. 시가가 전해지니 누각이 무너지지 않고 누각이 우뚝 서 있으니 시적 정취는 길이 남는다.

 들어보라, 마치 종루와 고루의 시계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옛날에 도읍의 사람들은 저녁 북과 새벽 종을 들으며 일상 생활을 했다. 오늘날, 종고루(鐘鼓樓)는 시간 기록자의 사명을 모두 완수했지만 여전히 역사의 증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번화한 거리에 차량이 끊임없이 오가는 광경은 마치 당시 성루 아래 끊이지 않았던 수레와 말과 같다. 불야성의 등불이 타오르면 마치 정월 대보름에 꽃등이 춤추는 것 같다. 한푸(漢服)를 차려 입은 현대인들이 한가로이 정원을 거닐면 고풍스러운 종고루가 이 풍경과 어우러지고 옛 도읍에서 전해져 온 미묘하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바람에 유유히 메아리쳐 들려오는 것 같다.

 고대 건축군 사이를 번번해 왕래해 보면 화려하고 아름다운 누각 등 모든 종류의 건축물이 결국 사람에 의해 탄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각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옛사람들은 높은 누각에 올라 ‘하늘의 사람을 놀라게 할까 봐 감히 큰소리로 말하지 못한다(不敢高聲語,恐驚天上人)’며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을 향해 합장하며 기원했다. 장서각에서 누렇게 바랜 ‘책의 페이지’를 넘기면 책 속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장서문화와 장서인의 지난 일을 알 수 있다. 산과 물 그리고 계곡 사이의 적각루(吊腳樓, 나무로 받침대를 만들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나무 또는 대나무 집), 죽루(竹樓, 대나무 다락집), 동족 고루(侗族鼓樓), 천각락지방[千腳落地房, 율속족(傈僳族), 노족(怒族), 독룡족(獨龍族) 등의 전통 민가]은 오래된 지혜의 산물이자 사람들의 아늑한 집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온 웃음소리를 목격한 끝없이 이어지는 향수를 남겼다.

 옛사람들이 자주 방문하며 칭송하던 누각은 여전히 현대인의 마음속 밝은 달빛이다. 명절 연휴마다 유명한 누각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천고의 명작을 읊는 소리가 사방에서 끊임없이 메아리친다. 누각은 지금까지 단지 하나의 건축물이 아니라 문학과 예술, 사회과 정치, 종교와 관념, 민속과 민풍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중국 고대의 특수한 문화현상으로 중국인들의 기억과 문맥, 향수와 낭만을 담고 있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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