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호(大明湖) 옆, 영롱하게 빛나는 초연루(超然樓)

From:금교Author: 2024-06-21 14:14

 ‘사면이 연꽃이고 삼면이 버드나무라네. 성 안 가득 산의 결정이요 절반이 호수라네(四面荷花三面柳,一城山色半城湖).’ 이 시는 샘의 도시인 지난의 절경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성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호수는 바로 대명호를 가리킨다. 유서깊은 역사를 지닌 대명호 주변에 위치한 선인들의 치적과 행적을 기념하는 건축물과 자연 경관이 많다. 그 사이 수양버들이 기슭을 스치고 연못의 달빛이 어슴푸레 비치는 가운데, 누각 하나가 기슭에 우뚝 서 있는데 이것이 바로 초연루다. 세월의 세례를 거친 초연루는 오늘날 문화 관광의 붐에 힘입어 다시금 새로운 빛을 발하고 있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남과 동시에 반짝이는 조명이 순식간에 켜졌다. 이는 SNS의 ‘현상급(現象級, 중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대박을 터뜨림)’ 왕훙 명소 ‘강북 제1루’인 초연루에 불빛이 켜지는 순간이다. 2023년부터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초연루에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초연루의 빛나는 순간은 관광객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영원한 보물이 되었다.

 초연루의 인기는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역성현지(歷城縣誌)>에 따르면 초연루는 원(元)나라 때 처음 지어졌다. 원나라 대학사 이형(李泂)이 대명호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 대명호 수면정(水面亭) 뒤에 초연루를 지어 자신의 거처로 삼았다고 한다. 그 중 ‘초연’은 소식(蘇軾)이 개축한 초연대를 모방한 것이다. 소식의 <초연대기(超然台記)>에는 ‘무릇 사물은 모두 감상할 만한 데가 있다. 참으로 볼만한 데가 있다면 사람들이 즐거워할 수 있으니 꼭 이상하거나 웅대하거나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凡物皆有可觀。茍有可觀,皆有可樂,非必怪奇偉麗者也)’라고 쓰여 있다. ‘초연’은 소식이 쓴 것처럼 만족을 알고, 항상 즐거워하며, 활달하고, 속세를 떠나, 구속 받지 않은 일종의 심경을 말한다. 소식은 초연대에서 많은 명작을 남겼고 일찍이 초연대에서 문인 묵객들과 술을 마시며 환담을 나누기도 했다. 초연대처럼 초연루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명사(名士)들을 이 모임으로 불러들여 ‘명사문화’를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청(清)나라 때 초연루는 다시 객사(客舍)가 되어 지난에서 온 학생들과 거자(舉子, 과거에 응시하는 수험생)들에게 머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했다.

 초연루는 원나라 말기와 명(明)나라 숭정(崇禎) 연간에 전쟁으로 두 차례나 소실되어 현존하는 옛 터는 300여년 밖에 되지 않은 것이다. 청나라 초 지난의 사신(士紳)들이 그 옛터에 수면정과 초연루를 재건하였으나 가경(嘉慶) 연간에 이르러 또 한번 무너졌다. 세월이 흘러 소실과 재건 및 퇴락을 거치며 기존의 초연루는 그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2007년까지 대명호 확장 공사가 시작되어 사람들은 초연루 옛 터를 찾아 2008년 8월 초연루를 재건하고 2009년에 정식으로 개방됐다. 재건 후의 초연루는 ‘명호신팔경(明湖新八景)’ 중 하나인 ‘초연치원(超然致遠)’ 경관의 핵심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초연루의 당시 광경에 대해 명나라 시인 양연사(楊衍嗣)는 <초연루>라는 시에서 ‘물가와 가까운 정자에 초목이 왕성하게 자라고 주홍색 누각에 백 척의 물이 출렁거려 그림자가 어른거리네(近水亭臺草木欣,朱樓百尺回波濆)’라고 묘사했다. 재건 후의 초연루는 당시의 성대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널찍한 한백옥(漢白玉)을 기반으로 자리한 초연루는 지붕이 구리기와로 덮여 있다. 높이 51.7m에 위아래로 총 7층으로 나뉘어져 있어 기세가 웅장하며 건축면적은 5673m²에 달한다. 높은 곳에서 조망하면 대명호의 반짝이는 물결에 둘러싸여 있는 초연루는 초목의 푸르름이 가득하여 매우 고풍스럽다. 더 멀리서 바라보면, 호수 빛과 푸른 나무, 붉은 꽃 너머 지난의 도시 스카이라인이 보이는데 번화한 도시의 거리 풍경과 어우러져 ‘천성명주(泉城明珠, 샘물 도시의 보물)’ 초연루에 속세를 벗어나 혼자서 고고한 생활을 누리는 느낌을 더해준다.

 초연루 안으로 들어서면 그 안에 진열된 많은 전시품들을 볼 수 있다. 높이 8m의 ‘강북제1목조(江北第一木雕)’인 ‘천성람승(泉城攬勝)’이 있고 100년 가까이 전해 내려오는 목조작품인 ‘만마분등(萬馬奔騰)’도 있으며 이 밖에 명가의 서화작품, 편액 대련(匾額楹聯) 등도 있어 지난의 샘물 문화와 도시 원림 문화 및 옛 지난의 민속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또한, 누각 안에는 최초로 초연루를 짓고 거주했던 원나라 대학사 이형의 <채과강시(采過江詩)> 진적(真跡) 탁본(拓片)이 보존되어 있다.

 2021년 초연루는 중국 역사 문화 명루 협회에 가입해 공식적으로 중국 역사 문화 명루 칭호를 부여받았다. 지난의 문화 랜드마크인 초연루는 작년에 ‘기회와 인연이 딱 들어맞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한 관광객이 초연루 점등 순간을 숏츠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자 빠르게 수만 개의 ‘좋아요’를 얻었고 점점 더 많은 관광객들이 초연루를 방문해 동일한 동영상을 찍으며 문화 관광 시장의 열기와 함께 초연루도 조용히 ‘소생’했다.

 그러나 초연루 조명쇼의 인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며 세심하게 ‘설계’된 것이다. 초연루의 뼈대는 정원등, 골조등, 조수등(照樹燈), 수로등 등 4000개의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다. 건물 자체의 우뚝 솟은 모양과 함께 조명이 층층이 켜지면 색조가 따뜻한 노란색에서 중성적인 흰색으로 변하며 초연루에 색다른 매력을 부여한다. 건축의 입체감은 조명 아래서 더욱 분명해지며 여기에 구리기와, 구리난간, 구리기둥, 구리 문 등 구조가 더해져 조명을 켜면 유난히 눈부시고 휘황찬란한 자태를 드러낸다.

 오늘날, 휴대폰을 들고 불이 켜지는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 초연루 방문의 중요한 의식이 되고 있으며 모두가 지켜보는 초연루는 하나의 더없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관광객들의 휴대폰 화면과 기대의 환호는 초연루와 함께 또 하나의 절묘한 광경을 이루어 낸다.

 올해 노동절 연휴 기간에 전국 각지의 관광객들이 초연루를 다시 찾으며 이 눈부신 시각의 향연 및 관광객과 역사 문화 건축의 쌍방향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안개 자욱한 샘에 뭉게뭉게 물기가 피어 오르고 화부주산을 둘러싸며 파도소리가 대명호를 뒤흔드는구나(雲霧潤蒸華不註,波濤聲震大明湖).’ ‘매일 편주 연꽃 속에서 지난인이 되려는 마음이 있구나(日日扁舟藕花裏,有心長作濟南人).’ 화창한 봄날, 전국 각지의 시사(詩詞) 애호가들이 초연루에 모여 시사 대결을 펼쳤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자 수만 명의 관광객들이 초연루 앞에 모여 휴대폰을 들고 초연루가 빛나는 순간을 숨죽여 기다렸다. 어둠이 짙어지고 등불 빛이 반짝이면 대명호는 인파로 넘쳐난다. 때때로 한푸(漢服)를 입고 비녀를 꽂은 젊은 여성들이 인파 속을 오가며 시적인 정취, 명사의 풍류, 고색 창연함이 묻어나는 대명호의 야경을 감상한다. 지금, 샘의 도시인 지난에 오면 대명호 기슭, 초연루 아래에서 성의 절반을 차지하는 호수와 휘황찬란한 누각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낭만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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