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화(師造化) 탈천공(奪天工)

From:골든브릿지Author: 2023-03-13 09:29

 웨이현(濰縣)은 나와 젠민(建民)의 고향이다. 젠민의 외숙부 위시닝(於希寧) 선생과부친 궈웨이취(郭味蕖) 선생은 깊은 문화적 배경을 지닌 웨이현이 낳은 한 세대의 대가로 꼽힌다. 우리는 모두 웨이현에 대해 뿌리 깊은 문화적 정서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웨이팡(濰坊) 문화 300년>이란 책을 보면 웨이현 문화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웨이현이 제공하는 문화는 시시각각 우리네 마음을 적시고 있어 우리는 모두 웨이현 문화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다.

 젠민을 처음 만났을 때는 1980년 겨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베이징 이화원(頤和園) 조감당(藻鑒堂) 문화부 중국화 창작팀 소속 위시닝 선생을 찾아갔을 때 이날 처음으로 젠민을 만났다. 젠민은 그 당시 위시닝 선생과 함께 이 곳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다. 1982년 중앙미술대학이 중국 전국 고등 교육기관 중에서 문화혁명 이후 첫 연수반을 모집했을 때 젠민은 우수한 성적으로 중앙미술대학 중국화과에 입학하여 전면적이고 체계적으로 중국화를 공부했다. 이 때 화조화 수업은 주로 나와 가오관화(高冠華) 선생, 자오닝안(趙寧安) 선생이 맡았었다. 지금 떠올려 보면 젠민은 내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초창기 학생 중 한명이다.

 시솽반나(西雙版納) 열대우림을 사생 창작 기지로 삼은 인물이다. 1984년 그는 졸업 작품을 위해 열대우림에 첫 발을 들여놓고 이곳에서 몇 달 동안 방대한 양의 스케치를 했다. 미술대학으로 돌아온 후, 열대우림의 경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창작해 졸업작품 전시회에서 소속학과 학장과 교수들의 인정을 받았다. 중앙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수차례 몇 년에 걸쳐 윈난으로 가서 그림을 그렸다. 그 중 두 번은 나와 함께 원시림으로 들어가 사생을 했다. 오랫동안 쌓아 온 사생 실력으로 젠민의 개인적 화풍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훗날 인민미술출판사가 출판한 대형 사생화 서적 <자오젠민 시솽반나 열대우림 사생>을 보면 그가 쏟은 노력과 심혈을 가늠할 수 있다. 1987년, <중국화> 편집부 쑨커(孫克) 선생의 추천으로 주최한 <자오젠민 그림전>이 베이징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전시되었다. 나와 베이징에 있는 많은 기성세대 화가들 및 중앙미술대학 교수들이 젠민 그림전 개막식과 세미나에 참석했다. 기성세대 예술가들은 젠민이 걸어온 사생의 길에 대해 많은 격려와 응원을 보냈으며 우쭤런(吳作人) 선생은 전시회를 위해‘사조화[자연(객관적 현실)을 밖에서 배워야 예술의 원천을 얻을 수 있음] 탈천공(정교한 인공이 천연보다 낫고 기예가 훌륭하고 절묘함)’이라는 글씨를 써 젠민이 걸어온 창작의 길을 충분히 설명하고 인정했다.

 젠민은 어려서부터 가학(家學,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학문)을 전수받아 산둥예술대학 유화 전공을 조기 졸업하고 외숙부인 위시닝 선생을 따라 사의 화조화를 전문적으로 연구했다. 그는 전통 필묵을 열심히 배워 생활 속으로 깊이 들어가 대자연에 뿌리를 내렸다. 시간과 에너지 대부분을 윈난의 열대우림에 쏟아 부었다. 특히 그는 중앙미술대학에서 2년간 체계적인 배움 끝에 사생 창작의 모사라는 방법을 확립하여 미래 예술의 길에 견실한 토대를 마련해 주었다. 이것으로 젠민이 내가 이끌어 온 대화조 정신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젠민의 수많은 대형 작품들은 모두 열대우림 속에서 그 자리에서 종이를 펼치고 대자연 앞에서 그려 낸 것이다. 우리는 그의 작품 속에서 진실한 자연이 그에게 부여한 영감과 감동, 그 필묵 속에 남겨진 자연의 힘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이 작품들과 사생적이거나 사생적 요소를 지닌 작품들은 젠민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형성하고 있다.

 그간 젠민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길을 걸어와 좋은 예술적 기초와 생활 기반을 다졌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과 미래가 더욱 밝고 멀리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우리의 가장 우수한 전통 예술인 중국화를 미국에 소개하고 전파하여 진정으로 중국화 예술이 미국에서 뿌리내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도록 노력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내가 젠민에게 거는 기대다.

 화가소개

 자오젠민, 1954년 산둥성 웨이팡(濰坊)시에서 출생. 중국화학회 이사, 중국미술가협회 회원, 중국화학회(미국) 회장, 미국 톈푸(天普)미술학원 원장, 미국 US미술디자인학원 원장,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석좌교수, 중국 우호화원위원회 위원, 중국 산수화원위원회 위원, 산둥예술대학 석좌교수, 웨이팡 서화예술대외교류협회 주석. 2013년 베이징국빈관인 댜오위타이(鉤魚臺)에서 중국 교육연차총회에서‘연도 국제 시야 교육 인물’칭호를 수여받았으며 2015년 베이징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강당에서 전국세계화인협회로부터‘세계화인 걸출한 예술가’칭호를 받았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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