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의 농촌에서 만난 ‘신향현(新鄕賢)’

From:금교Author: 2024-05-27 16:21

 전통 사회에서 ‘향현’은 고향의 본토에서 덕행, 재능, 명성이 있고 지역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현명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오늘날에도 많은 곳에 향현사(鄉賢祠)를 두어 후대의 자손들에게 옛 향현의 미덕을 기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향현이라는 고풍스러운 정체성은 현대 중국에서 새로운 정의를 가지게 됐다. 산둥의 시골 대지를 바라보며 ‘향토 전문가’, ‘전수재(田秀才, 농업에 능숙한 인재를 비유함)’들은 마을 사람들의 농사를 세심하게 지도하고, 많은 무형문화재 장인들은 우수한 전통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힘쓰고, 마을 사람들은 농촌 문명의 새로운 풍조를 모범적으로 이끌며, 마을 간부, 마을 교사, 마을 의사, 자원 봉사자, 대학생 마을 간부는 농촌진흥 사업에 정성을 다하여 봉사한다. 농촌에서 농촌의 이야기를 말하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농촌에 관심을 갖는 인재들은 바로 공자와 맹자의 고향, 산둥 대지의 ‘신향현’이다.

 농업 생산을 돕는 향토 전문가

 최근 산둥성 더저우시 우청현의 ‘톤반양(吨半粮, 1묘당 수확량이 1500킬로그램 이상인 논)’ 핵심 시범구에서 봄철 겨울밀의 밭관리가 전면적으로 실시됐다. 대형 자주식 스프링클러 작업이 한창인 리구쓰촌 2600묘의 논에 사흘이면 물을 다 준다. 리구쓰촌의 농경지 관개 효율이 크게 향상된 것을 현지의 ‘향토 전문가’인 마서우량(馬守良)에게 감사해야 한다.

 우청현 하오왕좡진 리구쓰 토지주식전문협동조합 이사장, 리구쓰촌 당총지 서기로 10년간 농사를 지은 마서우량은 2021년 더저우 최초의 부고급 신형 직업 농민이 됐다. 농지에서 실력을 발휘하는 이러한 대형 스프링클러 관개 장비는 ‘인증서’를 소지한 마서우량이 협동조합에 신청한 것이다. 직위 평가 후 우대 정책의 도움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마서우량은 농사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도 수행했다. 그는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고 유기물 사용을 늘리는 방법을 모색하여 작물 소득을 10% 이상 증가시켰으며 현지 촌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이런 전문가가 곁에 있으니 앞으로 농사를 지을 힘이 생깁니다.”라고 리구쓰촌 주민 마스타오(馬世涛)가 기뻐하며 말했다. 주요 농업 성으로서 산둥의 광활한 대지에는 마서우량과 같은 ‘향토 전문가’와 ‘전수재’가 많다. 이들은 원래 시골 출신으로 토지에 대한 애정이 깊고 생산과 노동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그들은 어려운 전문용어를 버리고 가장 솔직한 언어를 사용하여 논밭에서 촌민을 위해 이론, 정책, 기술을 전달한다. ‘향토 전문가’는 결코 촌스럽지 않으며 진정으로 대지의 정기를 접하고 사람의 정기를 끌어모아 농촌진흥에 힘을 보태는 ‘신향현’이다.

 향현들이 앞장선 무형문화유산 사업

 산둥성 웨이팡시는 민간 수공예 자원이 풍부한 시급(市级) 이상 공예 무형문화유산 프로젝트 204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네스코가 인증한 ‘수공예와 민속 예술의 도시’다. 웨이팡의 마을에는 무형문화유산 전승인이 많으며 그들은 전통 문화의 계승에 전념할 뿐만 아니라 일부는 마을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지도하여 무형문화유산 산업을 발전시키고 그들만의 장점으로 농촌에 보답한다.

 산둥성 웨이팡 가오미시 주거우진 차오퇀촌의 한 작업장에서 버드나무 껍질의 향기가 퍼지고 10명 이상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버드나무 광주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 옆에서 가오미 버드나무 엮기 제5대 전승인인 줘위안싱(禚元興)이 때때로 그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줘위안싱은 고향에서 버드나무 엮기 기술을 전수했으며 차오퇀촌에서만 약 70명의 마을 사람들이 버드나무 엮기 기술을 마스터했다. 마을 사람들이 생산한 버드나무 제품은 전자 상거래 플랫폼을 통하여 전국 각지에 판매되어 연간 생산량이 80만 개를 초과하고 있으며 연간 거래량이 300만 위안을 초과했다. 웨이팡시 문화관광국 관계자가 “향현이 무형문화유산의 개발에 앞장선 것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이 실천으로 입증되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웨이팡시에서는 향현이 앞장서서 무형문화재를 만든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니자오후(泥叫虎)의 발원지인 가오미시 녜자좡에서 흙인형 빚기(泥塑) 성급 무형문화재 대표 전승인인 녜천시(聶臣希)가 30여만 위안을 투자하여 가오미민간예술연수실천기지를 건설하고 6개 대학과 합작하여 유학할 있는 교실을 만들었다. 린취현 예위안진 베이양산촌에서 전지(剪纸, 종이를 오려 여러 가지 형상이나 모양을 만드는 중국식 종이공예)전습소 책임자인 스청유(史成友)가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백년 동안 전해 내려온 전지예술을 혁신적으로 발전하고 베이양산 전지 예술관을 건설하고 이웃 마을과 공동으로 전지연구기지를 조성하여 매년 2만여 명의 연구자를 접대한다. 한팅구 장자위안좡촌에서 연의 대가이자 국가 무형문화유산 대표 전승인인 장샤오둥은 예술인 20여 명을 가르치며 마을 사람들의 연 산업을 이끌어 연간 200여만 위안의 수입을 창출하였다.

 향현들이 이끈 향풍과 민풍

 ‘백가지 선한 것 중에서 효가 으뜸이다(百善孝为先)’, ‘한 사람이 신용을 지키지 않는다면 과연 그가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人而无信, 不知其可也)’, ‘덕이 있으면 따르는 사람이 있으므로 외롭지 않다(德不孤, 必有鄰)’, ‘내 집의 노인을 소중히 여기고 그 마음을 다른 노인에게 미치게 하며, 내 집의 어린이를 어린이로 사랑해서 남의 어린이에게까지 이른다(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 치루 대지의 마을에서는 이 오래되고 지혜로운 잠언들이 신향현의 주도로 마을 사람들에게 널리 행해졌다.

 산둥성 빈저우시 쩌우핑시 웨이차오진톈리진촌의 촌사관에 들어서자 문명화된 향풍이 불어온다. 바라보니 효선문화, 가풍가훈, 마을규약 등의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톈리진촌의 많은 향현들의 지도 아래 톈리진촌만의 농촌문화 건설이 한창이다. “마을의 부유는 단순히 물질적 생활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향풍문명을 포함한 정신생활의 풍요로움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톈리진촌 향현인 톈쉐량(田學梁)이 말했다.

 거리가 가까워 사람이 서로 친해지고 마음이 통하여 정이 들고 이웃이 화목하고 문명화된 농촌 풍습이야말로 향토 중국의 특징이며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사회적 생태다. 최근 몇 년 동안 산둥성 빈저우 쩌우핑시 웨이차오진은 좋은 향풍을 함양하기 위해 ‘향현+’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향현’, ‘웨이차오진의 좋은 사람’, ‘우수자원봉사자’, ‘문명가정’ 등의 선정활동이 웨이차오진에서 20여 차례 전개되었으며, 향현은 마을규약 제정에 적극 참여하여 낡은 풍속을 고치는 것을 추진하였고 농촌에 뿌리를 둔 ‘향현 설사회’, ‘향현 홍보단’은 마을주민분쟁조정, 홍보 연설, 공익자선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문명의 조화로운 향풍의 모범을제창하여 농민의 정신과 문화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있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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