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토끼는 상서롭고 기민하다는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 받은 동시에 예술 창작 영감의 원천이 되어 숙련된 장인들의 손 끝에서 조형이 풍부하고 생동감 넘치며천진난만한‘토끼 요정’으로 연이어 세상에 등장했다. 오늘은 박물관에 전시된 아름다운 문물에 다가가 그 뒷이야기를 파헤쳐 보는 잊지 못할 보물찾기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자.

　청동토존(青铜兔尊)

　1992년, 산시(山西)성 린펀(臨汾)시 취워(曲沃)현 베이자오(北趙)촌의 진후묘지(晉侯墓地) 8호묘에서 청동토존 1점이 출토되었다. 조형이 독특하고 형상이 생동감 넘치는 이 청동기는 진(晉)나라 청동문화의 대표작이다. 앞다리가 땅에 닿고 뒷다리를굽히고 있는 토끼의 점프 직전 순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토존의 표면은 얼룩덜룩 녹색과 갈색의 녹이 슬어 세월의 변화가 더욱 보여진다. 사료에 따르면 토끼를존(尊, 고대 제사에 사용된 중요한 예기)으로 삼은 기형은 청동기 중에서는 처음이다.더욱 흥미로운 것은 고고학자들이 토존 내부에서 나뭇잎이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화학 실험을 통해 잔류물이 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문가들은 토존이 술을 담는 그릇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당(唐)나라 백유(白釉) 토끼

　2020년 9월 24일, 크리스티 뉴욕 특별 경매에서 당나라 백유(백색 도자기) 토끼 한 마리가 32만 달러(약 280만 위안)에 낙찰됐다. 잔기(殘器)인 이 토끼가 완벽주의 미적 이념을 뒤엎어 한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과연 이 불완전한 백유 토끼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을까?

　백유 토끼는 당나라 최고의 가마터인 궁현요(鞏縣窯)에서 구운 것으로, 당시 궁현요백유자는 궁중 공물로 지정되었다. 태색(胎色)이 회백색이며 유약이 희고 보드라운구운 백자는 세상에 남아 있는 완성품이 극히 드물어 그 진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이 토끼는 전체적으로 희고(연대가 오래되어 표면이 산화됨) 모양이 둥글고 눈썹이낮고 귀가 순하게 누워 있고, 형상이 귀엽고 영기가 넘친다. 자세히 살펴보면 토끼의귀에 흠집이 있지만 전체적인 이미지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특히 눈동자가살짝 튀어나와 있는 눈 부분은 검은 유약이 눈두덩이이며 붉은 유약이 점안되어 있어어느 각도에서나 그 두 눈이 당신을 응시하고 있는 것 같다.

　서한옥토섬여와당(西漢玉兔蟾蜍瓦當)

　와당은 최초 3000여 년 전의 서주(西周)시기에 처음 등장해 한대에 이르러 와당문양이 점차 전성기를 맞았다. 옥토섬여와당은 국가 1급 문물로 산시(陜西)성 셴양(鹹陽)시 춘화(淳化)현 서한 감천궁(甘泉宫) 유적지에서 출토되어 현재 춘화현 박물관에소장되어 있다. 앞면은 위아래 2부분으로 나뉘는데 윗 부분은 빠르게 달리는 토끼로앞발은 뛰어오르고 두 귀는 뒤로 쫑긋 세우고 꼬리는 치켜 올라가 있다. 아랫 부분은뛰어오르는 섬여 한 마리가 있는데 둥근 눈이 튀어나와 있고 큰 배가 불룩하며 혀를 길게 내민 모습에서 풍부한 생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동쌍토도(梧桐雙兔圖)>

　<오동쌍토도>는 청(清)나라 화가 냉매(冷枚)가 그린 것이다. 그림은 높이 176.2cm,

　폭 95cm로 현재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소장되어 있다. <오동쌍토도>는 큰 오동나무아래 살찐 흰 토끼 두 마리가 풀밭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두 마리토끼의 조형이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털은 가는 붓으로 하나 하나 묘사해 털의질감이 살아 있다. 동시에 화가는 서양화법을 구사해 흰 물감으로 토끼 눈의 반사광을 찍어 흰 토끼의 귀엽고 민첩한 느낌을 유감없이 표현했다. 산수화의 절대준(折帶皴, 준법의 하나인데 평행한 검은 선을 사용하여 돌을 그리는 화법) 화법을 운용한산석은 가파르고 단단한 느낌을 주며 구도 밀도는 정취가 가득하다. 그림 전체의 채색이 고풍스럽고 필법이 세밀하다.

　상아옥토능화경(嫦娥玉兔菱花鏡)

　당나라에는 상아옥토를 소재로 한 동경(銅鏡, 구리거울)이 많았는데 그 중 상아옥토능화경이 가장 대표적이다. 상아옥토능화경은 직경 19.1cm로 8쪽 능화형(마름꽃)이다. 동경 뒷면엔 월궁도가 있고 오른쪽 상단에는 가지와 잎이 무성한 계수 나무 한그루가 장식되어 있으며 하늘거리는 자태의 상아선녀는 한 손에는 쟁반을 한 손에는‘대길(大吉)’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복(幅)을 받치고 있다. 거울 손잡이 아래에 연못이 있는데 왼쪽 옥토끼는 절굿공이를 들고 방아를 찧고 있고 연못 오른쪽에는 뛰어오르는 섬여 한 마리가 있다. 또한, 거울 가장자리에 나비, 꽃, 구름무늬가 장식되어 있으며 전체 문양은 월궁 주제를 부각시켜 구도가 매우참신하다.

　당활석토(唐滑石兔)

　1956년, 시안시 동쪽 교외 한썬자이(韓森寨) M45당묘에서 둥근 조각품인 활석토가 출토되었다. 활석토 높이는 3cm, 길이 6.4cm, 폭 3.2cm다. 이 작품은 미황색(米黃色)을 띠고 있고 엎드린 토끼가 머리를 앞으로 내밀고 뒤를 활처럼 세우고 긴 귀를등에 바짝 붙이고 있으며, 두 눈은 앞을 응시하며 마치 언제든지 작은 소리에도즉각움직일 것 같은 모습이다. 통통한 모양, 부드러운 선, 매끄러운 외관의 질감이 마우스와 외형이 비슷하여 네티즌들은 우스개소리로‘투비아오(兔標)’라고 부른다.

　활석토는 진짜 옥은 아니지만 예술 표현에 있어서나 공예에 있어서나 옥을 둥글게 조각한 작품이 많지 않기에 당나라 옥기 조각의 기예 수준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금환옥토(金環玉兔) 귀걸이

　명(明)나라 중말기에 일부 옥토끼에 보석을 상감하고 금과 은으로 화려하게 꾸민장신구를 제작했다. 예를 들면, 베이징시 창핑(昌平)구 십삼릉(十三陵) 정릉지궁(定陵地宫)에서 출토된 금환옥토 귀걸이가 그것이다. 귀걸이의 길이는 8cm, 토끼의 높이는2.4cm이며‘옥토도약(玉兔搗藥, 옥토끼가 방아를 찧다)’신화에서 소재를 따온 것이다.서 있는 양지백옥(羊脂白玉) 토끼는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앞 다리로 옥저를 안고 방아를 찧고 있으며 토끼 몸은 음선(陰線)으로 모발을 독창적으로 새겼다. 두 눈은 루비로 상감되어 있으며 머리에는 큰 루비와 금환을 두르고 있다. 옥토끼 아래는 3개의보석이 상감된 3개의 구름머리 모양 금받침이 있는데 중간은 묘안석(貓眼石)이고 양쪽은 루비다. 고증에 따르면, 금환옥토 귀걸이는 명 효정(孝靖) 황후가 생전에 착용한장신구로 현재 베이징 정릉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원백옥루조쌍토패(元白玉鏤雕雙兔佩)

　높이 4.3cm, 폭 2.7cm, 두께 1cm의 장방형 백옥루조쌍토패는 담황색을 띠는 화전(和田) 자료(籽料, 강에서 천연적으로 침식되어 형성된 자갈 모양의 옥)로 만든 다층투조다. 옥패의 정면에 참나무와 영지 모양의 상서로운 구름을 조각했으며 구름 위로둥근 달이 떠 있다. 나무 아래 하나는 암컷, 하나는 수컷 같은 흰 토끼 두 마리가 있는데 귀가 꼿꼿이 서 있고 털이 세밀하다. 두 마리 모두 쭈그리고 앉아 침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아보고 있으며 큰 토끼는 머리를 들어 달을 보고 작은 토끼는 큰 토끼를 보고 있다. 산석은 2층 섭새김으로 조각되었는데 산석을 배경으로 한 쌍토끼, 참나무, 상운이 매우 입체감이 넘친다. 쌍토패는 자료의 담황색 표면을 이용해 유행하는 색으로 조각해 묘한 느낌을 준다. 옥토끼, 나뭇잎, 둥근 달에 모두 엷은 달무리가있는데다가 뒤쪽에 흰색 산석이 돋보여 마치 달빛 아래 산림의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계화옥토금피구화문팔월화신의(桂花玉兔金皮球花紋八月花神衣)

　옥토끼 형상은 청나라 광서[光绪, 청 덕중(德宗)의 연호] 연간, 녹색 비단에 월계나무 꽃과 옥토끼를 수놓은 금피구 무늬 팔월화신의와 같은 고대의 복식에도 등장한다.이 복식은 팔월화신 역할을 맡은 배우가 입은 무대 의상으로 길이 114cm, 양소매 길이는 186cm, 밑단 너비는 91cm다. 이 의상은 중국식 옷깃, 대금(對襟, 중국식 윗옷으로 두 섶이 겹치지 않고 가운데에 단추로 채우게 되어 있음), 통이 넓은 소매, 옅은남색 실크 덧소매에 좌우로 트임이 겨드랑이 아래까지 되어 있으며 기장이 허리보다길며 분홍색 린넨 안감으로 만들어졌다. 곡선 모양의 흰색 비단이 가장자리를 덧대고보라색 비단으로 가장자리를 굴렸으며, 목둘레 가장자리는 둥근칼라 옷깃처럼 되어있고 겨드랑이 아래 자락은 여의(如意, 장식물의 일) 모양을 이룬다.

　중추절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의복의 주체 문양은 흰 토끼와 계수나무 꽃을 주로 했다. 흰 토끼는 누워 있거나, 서 있거나, 뛰거나, 뛰어오르고 있다.게다가 각각의흰 토끼는 평금실(平金線)로 팔합여의(八合如意) 테두리를 만들어 규칙적인 대칭 배열을 이룬다. 여의 테두리 안에 오렌지색 월계나무 꽃이 빽빽하게 수놓아져 있는데 유난히 단정하고 우아하여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