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을 잇는 대운하(大運河)가 천 년 넘게 흘렀다.

　기원전 486년에 착공된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긴 거리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인공 수로다. 이 운하는 맑은 물줄기로 베이징, 톈진, 허베이, 산둥, 허난, 안후이, 장쑤, 저장 등 8개 성과 시를 적시며 ‘천 리의 물길로 이어지는 남북 대동맥’이 되었다. 운하가 연결한 도시들은 번영을 이루었으며 그 양안에는 운하 문화와 조화롭게 어우러진 화려한 도시, 민가, 고풍스러운 마을이 자리잡아 전통문화의 숨결을 이어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십 리마다 다른 풍속’을 지닌 춘절(春節, 중국의 음력 설) 문화의 독특한 길이 펼쳐진다.

　‘어린 아이야, 참으렴, 납팔(음력 12월 8일)이 지나면 춘절이 시작된다. 납팔죽을 먹고 며칠 지나 23일에는 탕과(糖瓜)를 먹고, 24일에는 집 청소를 하고, 25일에는 두부를 만들고, 26일에는 고기를 사며, 27일에는 닭을 잡고, 28일에는 반죽을 준비하고, 29일에는 찐빵을 찌고, 섣달 그믐날 밤은 밤새도록 놀며 보내자. 그리고 정월 초하루에는 춤추며 즐기자.’ 이 순수한 민요는 북방 사람들이 춘절을 준비하며 느끼는 기쁨과 북적이는 풍경을 잘 요약하고 있다.

　북방 지역 사람들은 보통 납팔절부터 춘절맞이를 준비하며, 정월대보름이 지나야 명절의 분위기가 끝난 것으로 여긴다. ‘운하 위로 떠온 도시’인 베이징과 ‘운하가 실어다 준 도시’인 톈진은 모두 춘절 전통에 대한 깊은 존중을 간직하고 있다. 많은 베이징 사람들은 섣달그믐 자정 전, 가족들이 함께 절에 가서 ‘첫 향’을 피우며 새해 소망을 빈다. 신년 첫날에도 향을 피우며 복을 기원하는 풍습이 늘어나고 있다. 톈진 사람들은 양류칭 세화를 들여오고 창문과 문에 댜오쳰(吊錢, 중국 북방 지역의 한족이 문간과 처마에 붙이는 전통 전지)을 붙여 한 해의 복과 번영을 기원한다.

　운하가 허베이성과 산둥성을 지날 때 축제의 열기와 번화의 광경을 남긴다. 창저우의 사자춤과 북 연주는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며, 우차오의 서커스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다. 산둥의 장터는 사람들로 붐비며, 꽃등과 묘회(廟會, 옛날에 잿날 또는 일정한 날에 절 안이나 절 근처에 임시로 설치하던 장)가 밤새도록 활기를 더한다. 이곳은 누구나 춘절의 ‘분주함 시장’과 ‘경사스러움’을 꿈꾸게 한다.

　중원 지역 허난성은 또 다른 독특한 명절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음력 12월(섣달) 23일에는 조왕신을 기리는 풍습이 있으며, ‘금실천원보’와 ‘커우완(扣碗)’ 같은 전통 음식은 허난성 특유의 춘절 음식이다. 이러한 음식과 풍습은 전통문화의 깊은 향취를 담고 있다. 안후이 지역에서는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노천극장이 곳곳에 세워져 공연이 펼쳐지고, 정월 16일에는 ‘태평교 걷기’ 행사가 열린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며 폭죽을 터뜨리고 촛불을 밝히며 풍년과 평온을 기원한다. 이러한 풍경은 화이베이(淮北) 지역 춘절의 대표적인장면이다.

　대운하가 남쪽으로 흘러 장쑤성과 저장성 지역에 이르러 이곳의 다리(교량) 문화, 수향(水鄉) 문화, 정원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청아하고 시적인 강남지역의 문화로 발전했다. 시간이 흘러도 항저우 사람들은 여전히 운하를 감상하며 새해맞이 걷기 대회를 열어 새해를 기원한다. 또한, 쑤저우 사람들은 정월 초닷새에 재물을 맞이하는 ‘재물신 맞이’ 민속 행사를 여는데, 이 날에는 모든 가정이 창문과 문을 열고 향을 피우며 폭죽을 터뜨려 재운을 기원한다. 물론 새해 음식으로는 연례 행운을 기원하는 떡과 가족의 단란함을 상징하는 탕위안(汤圓)이 빠지지 않는다.

　운하는 인류의 기적이자 역사적 걸작이며, 운하 양안 사람들의 추억과 일상을 품은 고향이다. 대운하의 문화적 깊이는 단순히 공학적 성취에만 있지 않다. 그것은 풍성한 인간미와 전통에 대한 사랑으로 더욱 빛을 발한다. 운하 양안의 명절 풍습은 지역마다 다르지만, 그 속에 담긴 평안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은 같다. 사람들이 꿈꾸는 것은 가족의 평안과 희망으로 가득한 한 해다.

　25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흘러온 운하의 물줄기는 춘절의 축제 선율을 따라 유유히 흘러왔다. 역사를 지나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추억과 염원을 품고 천 년을 이어온 물길을 따라 계속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