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만의 특별한 ‘춘절맞이 DNA’

From:금교Author: 2025-02-08 15:49

 경항대운하가 산둥의 땅을 따라 600여 킬로미터를 흐르는 동안, 그중에서도 춘절의 정취가 가장 짙고 인심이 가장 북적이는 곳이라면 단연 ‘춘절맞이 장터’일 것이다. 장터를 찾아 먹거리와 입을 옷, 생활용품까지 새롭게 장만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둥에서는 춘절을 ‘분주한 명절’이라 부른다. 대개 섣달이 시작되면 산둥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춘절 준비에 들어간다.

 ‘섣달 스무여덟, 떡 치고 찐빵 찌며 꽃 붙이는 날.’ 이 날, 옌타이 룽커우시의 베이마 장터에서는 새벽부터 전통 끈 공예 선편(線編) 무형문화유산 전승자인 류윈샤(劉允霞)가 가판대를 펼쳤다. 그녀는 “요즘에는 시민들은 단순히 춘절맞이 용품을 장만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해를 장식할 끈 공예품도 인기예요.”라며 “최근 몇 년 동안, 선편 공예뿐만 아니라 전통 종이 공예, 창문 염색 꽃 장식 같은 무형문화유산이 더욱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부드럽고 촉촉하며 형형색색의 반죽을 손끝으로 주무르고 눌러 생명을 얻어낸다. 작은 조각도로 섬세하게 형태를 다듬고, 비늘과 발톱을 정교하게 새긴 뒤, 마지막으로 용의 눈을 그려 넣으면 비로소 혼이 깃든다. 웨이팡 창이현 황하 장터에서 유가(劉家) 면소(面塑) 전승자인 류팅썬(劉廷森)이 관광객들의 시선이 모인 가운데 한 마리의 살아 숨 쉬는 듯한 중국 용을 완성하자 감탄이 쏟아졌다. “면소는 오래된 전통 기술입니다. 저는 이 기술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에게 춘절의 깊은 정취를 전하고 싶어요.” 류팅썬은 이렇게 말했다.

 양자부(楊家埠) 목판 연화, 페이청 복숭아나무 조각, 쉬좡 등불, 더저우 흑도자기… 춘절이 되면 각지의 장터에서 기쁨과 전통문화의 향기를 품은 산둥 수공예품이 불티나게 팔린다.

 장터를 찾았다면 춘절의 맛을 음미하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간이 천막 한 동과 세 개의 커다란 솥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른바 ‘장터 양고기집’이 차려지고, 도시에서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은 뜨거운 국물에 땀을 뻘뻘 흘리며 외친다. “이 한 그릇의 양탕이 어린 시절의 맛을 되살려 주네!” 탕후루(糖葫蘆) 가판대 앞에서는 아이들이 반짝이는 눈망울로 달콤한 사탕을 입힌 산사 열매를 서로 먼저 차지하려 하고, 탕화(糖畫) 장인들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설탕을 녹여 한순간에 종이 위에 생동감 넘치는 황금빛 작은 뱀 한 마리를 탄생시킨다.

 린칭시 캉좡진의 겨울 황하 장터 역시 북적이는 인파와 형형색색의 설맞이 물품들로 온통 명절의 활기와 기쁨으로 물들었다. 한 전통 찐빵 가판대 앞에는 일찌감치 꽃떡을 사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꽃떡이 있어야 비로소 춘절 분위기가 나죠. 가족이 모이는 명절에 꼭 필요한 의식 같은 거예요.” 줄 맨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환한 미소로 말했다.

 웨이팡 가오미 장터에서는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생선, 새벽녘에 수확한 채소, 즉석에서 만든 딸기 탕후루, 방금 솥에서 갓 나온 루바오(爐包)까지… 각양각색의 먹거리에서 풍겨 나오는 따스한 향기가 춘절의 공기를 가득 채웠다. 사람들은 먹고, 사고, 거닐며 오직 춘절만이 선사할 수 있는 특별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산둥의 장터는 소리마저도 정겹다. 노련한 장인이 솥뚜껑을 힘차게 젖히는 순간, ‘펑!’ 하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뻥튀기의 향이 사방으로 번진다. 활활 타오르는 듯한 호객 소리, 장터만의 익숙한 흥정 소리, 길에서 마주친 이들이 나누는 정겨운 인사와 웃음, 그리고 흥겨운 음악 소리… 이 모든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산둥의 장터는 그 자체로 행복이 소리로 피어나는 명절의 무대가 된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사람들의 온기가 모여, 이곳에서는 따스한 ‘행복의 교향곡’이 흘러넘친다.

 물론 대운하는 산둥을 가로지르며, 그곳에 남긴 춘절의 정취는 단순히 장터의 분주함만이 아니다.

 운하의 산둥 여정은 더저우시에서 시작된다. ‘구달천거(九達天衢)’라 새겨진 패방은 그 당시 더저우가 물류와 수로 운송의 중심지였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찬란한 역사가 쌓여 형성된 깊은 문화유산과 독창적인 세시 풍속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춘절이 되면, 화려한 수구등무(綉球燈舞), 흥겨운 대양가(大秧歌), 생동감 넘치는 ‘파오완이얼(跑玩意兒)’, 그리고 마디추이창(馬堤吹腔)과 우청(武城)의 전통 무술까지, 지역 특색이 짙은 다채로운 민속 예술이 무대를 장식하며, 사람들에게 진정한 민속 축제의 흥겨움을 선사한다.

 “수구등무는 예로부터 사람들이 바람과 비가 고르게 내리고, 삶이 평안하고 풍요롭기를 기원하며 이어온 전통 민속 공연으로, 3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춘절에 울려 퍼지는 이 경쾌한 징과 북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더저우시 치허현에서 수구등무를 전승하고 있는 송촨차이(宋傳才)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 수구등무의 춤사위에는 전통적인 무예 동작과 같은 무형문화유산 요소가 담겨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 무술과 양가의 율동이 조화롭게 녹아 있습니다. 또한 반주에는 웅장한 대북(大鼓), 쇄납(唢呐), 그리고 징과 같은 악기를 더해 더욱 역동적이고 흥미로우며, 시대적 감각을 살리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고대 운하가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의 도시’ 지닝, 춘절이 다가오면서 그곳의 명절 분위기는 더욱 짙어져 가고 있다. 기쁜 마음과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집마다 붉은 등불을 달고 대련(對聯)을 붙이며, 마을마다 흥겨운 놀이가 펼쳐진다. 곳곳에서 뜨겁고 활기찬 기운과 가득한 춘절의 정취가 퍼져 나간다.

 “오늘날 대운하 관광지의 경관은 아름답고, 생태 보호와 민생 보호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남수북조(南水北調)는 큰 프로젝트로 푸른 하늘 아래 물결이 고요히 일고, 큰 배와 작은 배들이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만담 배우의 쾌반(중국 민간 예능의 한 가지) 리듬에 맞춰, 노를 저어가는 배 위에서, 고운 조각배가 지닝시 런청구의 고대 운하를 따라 천천히 흐르며 춘절의 운하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풍경 속, 이백(李白)의 시구를 새긴 등불이 수양버들 가지 사이로 은은히 비추고, 물속에 비친 그 풍경은 한 폭의 시적인 그림처럼 아른거린다. 또한, 3D 영상과 감응형 조명쇼 등 현대적인 기술이 더해져, 예전 ‘관선 상선이 가득하고 제성(濟城) 아래로 밀려들던’ 번영의 모습은 더욱 생동감 있게 재현된다.

 최근 지닝은 춘절 산둥 시골 문화 관광 축제 기간 동안, ‘내 집은 강변에 있다’라는 운하 남안 거리 춘절 시티워크(citywalk) 행사를 개최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운하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선사했다. 배 위에서 열리는 영화 상영회, 유쾌한 만담 공연이 펼쳐지는 상선, 버스 몰입 공연, 난로 주위에서 펼쳐지는 음악회, 궈차오 미식, 무형문화유산 장터, 자동차 장터, 그리고 운하 야간학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방문객들은 단순히 ‘경치를 보는 것’에서 벗어나 ‘경치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시례은행(詩禮銀杏)’과 부드럽고 고운 식감의 ‘공문두부(孔門豆腐)’,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공부문신(孔府門神)’과 유머러스하면서도 매끄럽게 펼쳐지는 산둥 콰이수(山東快書) 등이 지닝시 특유의 춘절의 선물과 관광객들을 맞이하며, 그들에게 특별한 명절의 정취를 선사한다.

 대운하가 흐르는 짜오좡시 타이얼좡 고성(古城)은 오색찬란한 꽃등불로 장식된 강변의 밤풍경이 펼쳐져, ‘한 강의 어선 불빛, 노래소리가 멀 리 퍼지고, 밤이 되어도 시장은 여전히 활기를 잃지 않는다’는 고풍스러운 역사의 울림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대운하의 번화했던 모습이 마치 눈앞에 다시 살아나는 듯, 그 찬란한 풍경이 지금도 여전히 그곳에 깃들어 있는 듯하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고성의 거리와 골목을 거닐며 한푸(漢服)를 입고 여행 사진을 찍고, 죽마회(竹馬會), 유금희(柳琴戲), 피영극(皮影劇) 등 전통 민속 공연을 감상한다. 활기찬 거리에서는 각종 미식을 즐기며, 밤이 내려앉은 강변에서 아름다운 꽃등불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배를 타고 운하를 따라 유람하며 고대의 부두와 오래된 부두 변, 그리고 고풍스러운 배를 지나가며, 운하 주변의 역사적 풍경을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그곳에서 운하의 고요한 옛 모습과 함께, 그 흐름 속에 스며든 세월의 향기를 느끼며, 운하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깊은 문화적 매력을 탐험한다.

 춘절 기간 동안 고성에서 열리는 묘회(廟會, 옛날에 잿날 또는 일정한 날에 절 안이나 절 근처에 임시로 설치하던 장)에서는 흥미진진한 ‘사자춤(南獅跑桩)’, 기교가 뛰어난 ‘고대무사(高台舞獅)’, 구르며 뛰어오르는 ‘웅사 구르기(雄獅滾球)’ 등 다양한 민속 공연이 펼쳐진다. 남북 사자왕들이 한 무대에 올라 서로의 기량을 겨루며, 각기 다른 기술을 선보인다. 얼굴에 화려한 페이스 페인팅을 한 민속 예술인들은 고깔을 쓰고 높은 목발을 타며, 징과 북 소리에 맞춰 격정적이고 활기찬 공연을 이어가며 각기 다른 모습을 자랑한다.

 이와 함께, ‘타이얼좡 특유의 죽마회’가 뛰어난 기술을 자랑하며, 시작과 끝을 달리며, 마치 하나의 연대기를 그리듯 뛰어난 기법을 선보이며 한 해의 좋은 기운을 기원한다. ‘중화 제1용’이라 불리는 화용강화(火龍鋼花)는 1500도에 달한 뜨거운 쇳물이 특수 액체와 섞여 높은 하늘로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철물이 번쩍이는 ‘별빛’처럼 반짝인다. 타오르는 ‘불꽃 용’과 함께 피어나는 ‘강철 꽃’이 서로 얽히며, 다가오는 한 해가 붉고 불타는 듯한 풍요와 국가의 번영, 민족의 강함을 상징한다.

 운하가 흐르는 이 순간, 춘절이 다가오는 이때, 잠시 시간을 내어 산둥에서 특별한 새해를 맞이해 보는 건 어떨까? 산둥은 이미 가장 우아하고, 가장 따뜻하며, 가장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으로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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