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아가야, 탐내지 마라. 섣달 초여드렛날이 지나면 새해란다. 23일에는 탕과(糖瓜) 먹기, 24일은 청소하기, 25일에는 두부 만들기, 26일에는 고기 사기, 27일에는 수탉 잡기, 28일에는 밀가루 반죽하기, 29일에는 찐빵 찌기, 30일 저녁에는 밤 새기, 초하루, 초이틀에 거리를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하기…’ 널리 전해지는 이 오래된 베이징 동요는 음력 섣달 초여드렛날부터 정월 초하루까지 사람들이 춘절(중국의 음력설)을 맞이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 모든 지역의 춘절 일정이 가사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담긴 춘절의 길상(吉祥)과 낭만적인‘맛’은 동일하다.

　춘절의 ‘맛’에 음식의 향과 달콤함이 가득하다. 섣달부터 거리마다 등을 달고 오색천으로 장식하며 시장 가판대에는 설맞이 상품들로 가득 찬다. 소년(小年, 중국 북방 지역은 섣달 23일이고 일부 남방 지역은 섣달 24일이다) 이후부터 사람들의 행동도 더욱 빨라지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춘절 음식을 준비할 때 종종 새해의 아름다운 염원을 그 안에 담는다. 예를 들어, 닝보(寧波) 일대에는 ‘떡을 먹고 올해는 작년보다 좋아지자(年糕年糕年年高, 今年更比去年好)’는 속담이 있다. 사람들은 떡을 만들 때 인판(印板)으로 눌러 ‘오복(五福)’ ‘육보(六寶)’ ‘금전(金錢)’ ‘여의(如意)’ 등의 모양을 만드는데 이는 ‘길상여의(吉祥如意, 매사가 상서롭고 뜻대로 됨)’와 ‘대길대리(大吉大利, 모든 일이 순조로움)’를 상징한다. 자오둥(膠東) 지역에서는 집집마다 화보보(花餑餑)를 만들거나 주문하여 새해 명절을 맞이하는데, 디자인이 다양한 화보보는 길하고 경사스러운 의미를 담고 있다. 화보보를 찌는 것은 다가오는 해가 ‘나날이 항상 발전(蒸蒸日上)’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춘절 음식에 사람들의 축복과 기대를 투영하고 음식에 담긴 향과 달콤함에 춘절의 맛도 더욱 깊어 진다.

　춘절의 ‘맛’은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장식들 속에 숨겨져 있다. ‘집집마다 새해의 밝은 아침햇살을 받고, 모두가 낡은 도부(桃符, 옛날에 복숭아 나무로 켠 2장의 판자에 문신을 그려서 문짝에 붙여 악귀를 쫓던 나뭇조각)를 새로운 도부로 바꾸네(千門萬戶曈曈日，總把新桃換舊符).’ 북송(北宋) 왕안석(王安石)의 이 <원일(元日)>은 춘절의 경사스럽고 상서로운 모습과 만물이 더욱 새로워지는 광경을 보여는 것이다. 이른바 도부는 선인들이 송구영신을 맞아 복숭아 목판에 ‘신도(神荼, 새해에 문의 왼쪽에 붙이는 문신)’ ‘울루(鬱壘, 문의 오른쪽에 붙이는 문신)’라는 두 신의 이름을 써서 문 앞에 걸거나 끼워 넣는 것으로 이는 복을 기원하고 화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후, 도부에 쓰인 내용이 길상어, 대구나 시구로 바뀌었으며 복숭아 목판도 점차 종이로 대체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춘련(春聯, 빨간 색 종이에 복을 기원하는 문구를 작성)이다. 춘절 기간에 거리 곳곳을 걷다보면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하늘이 세월을 더하면 사람은 나이를 더하네. 봄이 온 천지에 가득하면 복이 문안에 가득하네(天增歲月人增壽，春滿乾坤福滿門)’ ‘봄이 대지에 돌아오면 세상이 따뜻해지고, 복이 신주에 내리면 기쁨이 문 앞에 찾아오네(春歸大地人間暖，福降神州喜臨門)’와 같은 춘련이 붙어 있다. 집집마다 춘련 문구는 다르지만 모두 새해에 대한 아름다운 염원을 담고 있다. 사람들은 춘련 외에 홍등을 달고 ‘복’자나 창화(窗花, 창에 붙이는 전지)를 붙이거나 그 해 동물 띠 모양 장식품으로 자신들의 집을 꾸민다. 최근 몇 년 동안, 제야화도 매우 인기가 있다. 예를 들면 행복과 길상을 의미하는 호접란은 향기가 뛰어나서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고 흰색과 황금색의 꽃잎이 교차하는 수선화는 ‘릉파선자(凌波仙子, 물 위의 아름다운 선녀)’라고 불리며 금옥만당(金玉滿堂)을 상징한다. 향기로운 매화는 겨울에 생동적이고 쨍한 붉은 색과 분홍색을 더해 명절에 기쁨을 더한다.

　춘절의 ‘맛’은 오랜만에 재회하는 순간에도 숨겨져 있다. 섣달 그믐날 밤에는 춘절 분위기도 절정에 달한다. 사람들은 흔히 ‘돈이 있든 없든 고향에 돌아가 춘절을 쇠자’고 말한다. 일년 내내 바빴던 사람들은 섣달 그믐날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모여 물만두를 빚고 따뜻한 녠예판(年夜飯, 섣달 그믐날 저녁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먹는 음식)을 먹는다. 녠예판은 퇀위안판(團圓飯, 온 가족이 한데 모여 먹는 식사)으로 중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식사다. 녠예판을 먹은 후 밤을 새는 것도 춘절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른바 ‘하룻밤 사이 해와 날이 바뀌는 구나(一夜連雙歲，五更分二天)’라고 하여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며 송구영신의 순간을 기다리며 새로운 한 해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섣달 그믐날 ‘밤샘’하면 ‘춘완(春晚, 중국의 설맞이 특별 공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오락 방식이 점점 더 풍부해진 오늘날, ‘춘완’은 수십년 전 탄생 당시만큼 놀랍지는 않지만 중국인들에게는 섣달 그믐날 밤에 없어서는 안될 ‘빅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춘완’의 카운트다운 속에서 새해를 맞는 것이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잡았으며, 이로 인해 ‘춘완’도 이미 그 자체를 넘어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서가 되었다.

　춘절의 ‘맛’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축복 속에도 있다. 정월 초하룻날, 사람들은 거리를 돌아다니며 새해 인사를 한다. 새 옷을 입은 사람들이 들뜬 기분으로 거리를 돌아다니다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주고받는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세배를 하면 종종 훙바오(紅包)를 받는데 이것은 행운과 평안을 비는 ‘야쑤이첸(壓歲錢, 세뱃돈)’이다. 광둥(廣東)성 일대에서는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막론하고 훙바오를 선물하는 풍습이 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파이리스(派利是)’라고 부른다. 이는 모든 일이 순조롭고 행운이 함께하길 바란다는(大吉大利, 好運連連) 의미로 훙바오 금액이 많지 않지만 행운을 얻기 위한 것이며 작디 작은 훙바오 안에는 커다란 축복이 가득하다. 음력 정월 초하루부터 원소절까지, 지역 여러 곳에 용춤 추기, 사자춤 추기, 징과 북치기(敲鑼打鼓), 앙가춤 추기(扭秧歌), 묘회(廟會) 구경 등 다양한 풍습이 있었다. 휘황찬란한 등불과 불꽃 속에서 물고기와 용 모양의 등이 마치 춤을 추는 것 같고, 거리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런 풍성하고 다채로운 행사는 새해의 기쁨과 축복을 전하고 있다. 흥겨운 음악과 춤이 점차 잠잠해지면 춘절의 축하행사는 비로소 막을 내린다.

　물질적, 문화적 생활이 끊임없이 풍요로워지고 있는 오늘날, 사람들은 언제든지 전국 방방곳곳에서 온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고 각종 놀이를 경험할 수 있다. 점점 더 편리해지는 통신수단을 통해 모든 일가친지들과 수시로 연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여전히 오래된 관습에 따라 춘절을 쇠고, 한 해 한 해 반복해 온 춘절을 시종일관 지키며 변하지 않았다. 춘절의‘맛’에는 바뀐 세월의 흔적 뿐만 아니라 변하지 않는 정서와 전통명절을 지키고자 하는 염원이 더 많이 담겨 있으며 이러한 정서와 염원은 모든 중국인의 핏줄에 깊이 녹아 들었다. 그러하기에 춘절이 오늘날까지 계승되고 있는 것이며 모든 중국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중국인들의 이런 정서를 이해하면 춘절의 진정한‘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