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대함과 미미함
From:금교Author: 2023-06-29 13:19
포스트 모더니즘과 함께 떠오른 작은 서사는 결코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의 쇠락과 함께 사라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한층 더 기술화, 정교화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되고, 기술이 진보하여, 지구촌이 형성됨에 따라 인류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는 점점 더 부각될 것이며 웅대한 서사는 반드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궈전위(郭振宇)는 202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웅대한 서사에 심취한 보기 드문 예술가다. 시간, 공간, 우주, 자연, 생명, 역사 등 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두고 개인적 서사를 그 안에 녹여냈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결코 공허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큰 울림이 되었다. 또한 정감의 밀도와 깊이가 풍부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 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궈전위는 20여 년 전 직접 기획하고 참여한 대형 편직물 작품인 ‘생명의 편직’으로 당대 예술계에서 두각을 보이게 되었다. 손으로 짠 직물은 인류의 오래된 문화의 형식으로 기술이 진보하면서 점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러나, 일부 어떤 능력을 잃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그들만의 중요한 표현방식이 되었다.
궈전위는 일찍이 산둥(山东)성 특수교육 중등전문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1999년, 그가 지도하는 청각장애 학생 28명이 만든 편직 예술 작품이 중국 미술관에 전시됐다. 그 중에서도 그가 디자인하고 창작한 거대한 소프트스컬프쳐(Soft Sculpture)인 <중화근(中華根)>은 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길이 20m, 높이 4m, 두께 1.5m에 달하는 <중화근>은 3톤 이상의 청마(青麻)를 사용해 3개월에 걸쳐 완성됐다. 이 작품은 주제나 규모면에서 모두 전형적인 웅대한 서사이지만 그가 택한 삼끈은 오히려 전형적인 작은 서사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거대한 <중화근>은 거칠고 변화무쌍하며 고집 있고 웅장함으로 관중들을 색다른 미적 세계로 이끌었다. <중화근> 이후부터 그는 당대 예술계에서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웅대함과 미미함의 충돌에 걸맞게 궈전위의 작품에는 글로벌과 지역간 장력이 넘친다. ‘생명의 편직’이후, 그는 문명의 폐허에 대한 주제의 발굴에 뛰어들었다.중국 현대 예술계에서 폐허는 결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1990년대에 국유기업 개혁과 산업 조정으로 폐공장이 많이 생겨났다. 사라져가는 공업에 대한 표현도 세기가 바뀔 무렵 중국 당대 예술의 중요한 주제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와 사회의 전환이 심화하면서 이 주제는 시효성을 잃었고, 한때 흥성하던 폐허라는 소재는 그대로 사라졌다.
이런 유행이 지난 후 그는 또 다른 파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그의 작품에서 폐허는 이미 산업 전환이나 생태 문명의 뉴스 소재가 아니라 우주, 시공, 역사 등 영원한 주제와 관련된 철학적 소재였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그가 꼽은 주제는 시대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는 공허한 환상과 상투적인 표현에 함몰되지 않고, 지역성과 접목해 영원한 주제를 특색 있게 표현했다. 예를 들어, 그가 채택한 소재는 모두 주변환경에서 가져온 것으로 뚜렷한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예로는 그의 작품 이면에 내포된 함의는 인류문명과 개인의 심리가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다. 그가 만든 작품의 개성은 결국 그의 몸에서 구체화됐다. 그는 항상 몸을 척도로 삼아 작품을 가늠한다. 작품의 규모가 비교적 크더라도, 모두 그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우주와 인류문명이라는 웅대한 서사 주제에 비하면 개인의 몸은 미미할 뿐이다. 그러나 치루(齐鲁) 땅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선한 마음을 다하면 본성을 알게 되고, 본성을 알면 하늘을 알게 된다(盡心則知性,知性則知天)’는 공맹(孔孟,공자와 맹자)의 도를 듣고 자랐다.“근취제신 원취제물(近取諸身,遠取諸物, 가까이는 사람의 몸에서, 멀리는 물체에서 형태를 따 옴)”이라고 했다. 궈전위의 작품에서는 웅대한 서사와 작은 서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동시에 개인적인 아득한 추억 속에 빠지게 한다.
편집:董丽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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